[스웨덴] 스톡홀름 현대 미술관 (Moderna Museet)
스웨덴 현대 미술은 지금. 스톡홀름 현대 미술관.
스웨덴에서 지내며 유일하게 찾은 미술관입니다.
폭발(Explosion)이란 주제로 특별 전이 열리고 있더라고요.
뿌리고 던지고, 물감에 뛰어들어 나온 작품들이 전시 중입니다.
이 특별전엔 주제답게 역동적인 작품이 많았어요.
여기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비’라는 작품입니다.
폭발이라는 주제에 걸맞지 않게 차분한 작품이지요.
천에 검은색 물감을 떨어뜨린 이 작품을 몇 번이고 돌아봤습니다.
이 정도 비라면 맞을만하지요.
소나기라도 내렸다면 천이 모두 까맣게 물들었을 텐데,
살짝 젖은 걸 보니 이슬비가 뿌렸는가 봅니다.
특별전을 보고선 다른 전시관을 구경 갔습니다.
흥미로운 그림이 여럿 보였어요.
색의 대비가 강한 작품이 많더군요.
딸인지 마누란지, 등 돌린 남자 뒤에 매달린 여자 그림이 우선 눈에 띕니다.
남자는 머리가 벗겨지고 지팡이를 짚어 늙어 죽어가는 듯하고,
여자는 빨간색 옷에 풍성한 금발로 젊음이 느껴집니다.
문득 얼마 전 노르웨이 뭉크 박물관에서 봤던 삶과 죽음이란 그림이 떠올랐어요.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이 여자는 입이 삐죽 나왔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 탓에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담은듯했어요.
참으로 안락해 보이는 공간입니다.
소녀는 의자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있지요.
옷을 다 차려입고 모자까지 쓴 걸로 봐서 이 공간에서 무척이나 나가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이 앞에는 TV쇼를 보고 있는 소녀의 부모가 앉아 있을지도 모르지요.
이 그림은 장례식입니다.
누군가 죽었나 봐요.
수많은 묘지에 비석 하나가 더해지는 거에요.
심각하게 장례식에 참가하는 행렬과 싱그러운 잎사귀를 뽐내는 나무가 한데 어우러졌습니다.
삶과 죽음은 이처럼 때려야 땔 수 없지요.